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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창고

탑골 공원은 오늘도 춥겠지?

by 알센 2008. 12. 22.
지하철 5호선을 무려 19정거장이나 타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요령들이 생긴다.  절대로 앉으면 안되는 자리인 경로석에 앉는 것도 요령중에 하나인데 뭐 나름 어르신을 고려한 원칙이라면 빈자리가 2개 이상 있기 전에는 안 앉으려고 한다는 것 정도?

마장에서 타고 가다 보면 경로석 앞에 앉아 있으면 종로 3가, 탑골공원 안내 방송이 나오는 역에서 모자까지 쓰신 할아버지들이 대거 내리신다.  그래서 자리가 한꺼번에 왕창 잘 난다.  어떤 날은 노부부가 타고 계셨는데 이제 다음 역에서 내려야해~라고 하는 할아버지를 보니 어쩐지 다른 날보다 더 안스러웠다.  오늘은 날씨가 매우 추운데 무려 8분이 내리신다.  아.....오늘따라 많이 내리는 열차를 탄 것이겠지. 

파란 하늘이 보이는 선선한 가을날과 나른하게 졸리는 따뜻한 봄날에는 탑골공원이 참 좋은 곳이겠지만, 오늘처럼 유난히 추운 겨울날에는 적적하여 말동무들 찾아서 눈치 안보고 쉴 곳을 찾아야 하는가 싶기도 하고...아니면 내가 모르는 조금 따뜻한 공간이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뜨거운 여름날과 추운 겨울날에는 임신한 상태로 운동을 위해서 공기도 괜찮다고 우기면서 - 실제로 어떤 곳은 피곤함을 느끼지 않고 쇼핑하도록 산소발생장치를 사용하고 있다고도 주워 들은 것 같고 - 백화점이나 그것도 아니면 마트만을 돌아다니던 것과는 참 대조적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그보다도 늙는다는 것은......그것들 보다도...할일이 없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일 것 같다.  그래서 매일매일 정말로 정말로 고민을 한다.  무엇을 해야 호호백발이 되어서도 탑골공원에 말동무 찾아 나가지 않고 따뜻한데서 웃으면서 돈 벌수 있고, 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