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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창고

조직 문화 활성화란?

by 알센 2009. 3. 2.
(엄하게 낚시성 제목을 쓴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조직은 특이하다.  을이면서 주로 갑의 머리 맡에서 남의 상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냉정하고 비판적이고 냉소적이고 개인플레이 위주에 나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나 할까.

간간히 정보 공유회란 이름으로 전직원이(말이 전직원이지 CNS 전체는 아니고 우리 부문. 200명 정도) 모이는 행사를 하는데, 다른 회사의 all employee meeting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사업 현황을 공유하고 오랫만에 서로 얼굴들 익히면서 인사나 하는 자리다.

송년회는 약간 화려하게 치루어지는데..올해는 정공을 기획한 사람들이 조직 문화 활성화란 제목 아래 다양한 것을 준비했다.  보통 송년회에서나 많이 다루어지는 것들인데 아무래도 수장이 바뀌면서 기획한 것 같다.
팀별 장기자랑, 팀섞어서 새로운 팀을 만들어서 팀대항 게임하기, 팀장들의 기부에 의한 바자회 형식의 경매까지..

냉소적인 조직답게 비판적인 여론들이 많았다.  이런걸 한다고 조직문화가 생기느냐, 그냥 회사의 브랜드와 가치가 올라가고 자부심이 생기면 당연히 생기는거 아니냐....등등.

그런데 왠걸..술한잔 들어가고 제정신으론 이렇게 망가지는 것은 못하겠다던 까만 양복의 넥타이 부대들.  일도 참 잘한다 싶었는데 망가지는 것도 완전 지대루 망가지는 것이었다.

그날 아침 왠지 챙겨가고 싶던 작티를 깜빡 한 것 너무 아쉬었고 - 뭐랄까 회사생활이 지칠때, 혹은 사람들의 심한 잘난체로 괴로울 때 다시 보고싶었달까 - 오래 다닌 사람일수록 문화적 충격이 심하던 5시간이었다.

나는 동아리 생활도 그렇고 사람들 모여서 유치하게 단체플레이 시키면 어느정도의 즐거움이 있으리란 것은 예상하고 있었으나 이것은 기대 수준을 훨씬 넘어선 즐거움이 있었다.  다행히 왠일로 조추첨의 운이 좋아.. 무대 바로 앞의 VIP석에서 Live쇼를 봤다는 것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점이라는.

이런거 왜 시키냐고 하던 사람들. 기대도 안해서 더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조직 문화 활성화. 이런 즐거움이 있어야만 되는 것일까? 
그렇다고 생각된다.  물론, 그것이 팀별 장기자랑이든 개인별 장기자랑이든 바자회 경매든, 일얘기를 벗어난 인간적이고 개개인의 새로운면에 대해서도 보고 같이 웃을수도 있는 뭔가가 필요한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이 유난히 그런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미국애들 파티라면 정말 XX할만큼 좋아하고 회사에서도 자주 치르는 피자데이 행사부터 할로윈 파티까지 가지가지 하는 것들을 보면, 동서양을 떠나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있는 곳이라면 어느정도 필요한 것 같다.

다만, 의외였던 것은 나름 우아하게 뽐내는 장기자랑을 할 거라고 생각했던 남들 놀 때 늘 팔짱만 끼고 구경하던 우리 조직 사람들이 엽기코미디에 소질이 있다는 새로운 면모를 보았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시도의 시작에는 새로운 리더가 있었다.  리더 하나가 바뀌면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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