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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창고/내 책꽂이

기분이 묘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책

by 알센 2008. 12. 18.
즐거운 나의 집즐거운 나의 집 - 8점
공지영 지음/푸른숲
공지영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울다가 툭하면 웃다가 기분 좋으면 춤추자고 했다가 혼자 신나서 계속 사설을 펼치다가....다소 나랑 성격이 비슷한 것 같았다. 그래서 공감가는 생각도 참 많았다. 서두에 나오는 엄마가 한 얘기인데 뭣때문이었더라? 아무튼 인생이 좋을지 나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거고 좋게 되도록 노력하는거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완전 깜짝 놀랐다. 몇일전에 다은이한테 감히 충고라고 해준 말과 너무 똑같았기 때문이다. (인생 대신에 사랑이었긴 했다.) 그런식으로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을 이아줌마 참 시원하게 잘 풀어서 써주었다. 그게 특히 어떤 부분이냐 하면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라고 좋게 해석할수도 있고 냉정하고 나쁘게 보면 자기합리화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다.  

기본적인 성격이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보니 상황을 바꿔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면서 읽어보았다. 그래서 나의 이런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는 것은 없는지 한번 고민고민 돌아보았는데.....많지는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나는 공지영 작가보다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고 또 공작가처럼 안 좋은 상황은 일어난 적이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쁜 여자는 박복하다는 얘기도 문득 생각이 났다.  그래서 김희선이나 심은하가 잘 살고 있는 것이 영원할 거라고 믿어지지도 않는다.  최진실을 봐도......다행이다.  평범하게 생겨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ㅋ

거 참 구구절절 맞다고 손뼉쳐주고 싶은 부분은 공부 잘하는거 아무 필요 없다라는 것이면서도 저런 위녕, 둥빈, 제제의 엄마 입장이라면 선생님께 똑부러지게 하고싶은거 시키겠다고 말할수 없을 것 같고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에 매우 신경이 많이 쓰이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았다.

소설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왠지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뭐 설정들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흥미를 가지고 들어줄 수 있는 그런 특별한 상황이다.  저 아줌마를 보면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가보다..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아가씨가 읽으면 또 다른 기분일 것 같다.  결혼을 해야하나 싶은 생각도 들을 수 있을 것 같고..뭐든 자기 일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뭐 이런 기분도 들을 수 있을 것도 같고 아니면 아무생각 없이 이 아줌마 참 안되었네..-드라마 보듯이 - 이런 생각도 들을 것 같다.  그런데 15개월 아들을 둔 평범한 직장맘이 읽으니 마음 아픈 부분이 참 많고, 늘 하는 고민인 일을 계속해 말아...이런 것도 곱씹어 보게 되고 그리고 떼는 부리지만 말도 잘 못하고 아직은 짬짬히 보니 너무 이쁘기만 한 아들을 하루종일 돌봐야 한다면 사실 너무나 힘들겠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계속해서 직장맘 선배들을 존경해왔는데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전업주부들이 너무 존경스러워졌다.  공작가는 사실 전업주부는 아니고 직장맘쪽일텐데 아이러니하다.

늦은밤까지 혼자 읽으면서 고양이가 죽던 장면에서 슬퍼지기 시작했다가 둥빈이 아빠가 죽었대서 울었다가 외할아버지의 수술을 앞두고 딸과 인생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왕창 슬퍼져서 또 울었다가......늦게 잤더니 아침에 정말 일어나기 힘들었다.  

사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도 그렇고 세상이 각박한데 그것을 이겨내면서 살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류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달콤한 나의 도시같은 소설이 딱 좋은데.  예전에 신경숙 작가의 소설은 아예 읽다가 하두 눈물이 나와서 청승맞아서 못보겠다고 치워버린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들을 해 볼 수 있게 해 준 이 책은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눈물 나니 별 4개. ^^ (나만 눈물 날지도 모른다는. ㅠ.ㅠ)
http://arsene77.tistory.com2008-12-18T01:18:160.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