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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빈이 창고

떼쟁이 승빈이와 예준이의 만남

by 알센 2008. 11. 17.
일요일 오전, 벌써 가냐고 아쉬어하시는 할아버니, 할머니를 뒤로 하고 오랫만에 첫친구 예준이도 만나고 하나님도 만나고 하려 교회에 갔다. - 엄마는 교회에 가서 기도시간에도 옆사람과 애기 얘기를 하고 있는 딴따라 신자지만, 아이한테 적당한 신앙심을 갖게 해 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차에서 한잠 잤으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자는 녀석을 데리고 사람 많은 영아부 예배당으로 들어가니 빽빽대고 운다.  간신히 안고 노랑 옥수수 과자도 손에 쥐어주고 일어나서 다른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여러가지 예쁜 것들을 구경하고 다녔다.  어~어~! 하면서.  교육전에 다녀왔다가 자랑할 심산으로 들고온 뽀로로 책을 예준이한테 보여주었다.  바로 집어가는 욕심쟁이 예준이. - 지극히 정상스러운 정도일 것이다.  친구가 하면 자기도 하려고 하는.  승빈이는 당췌 그런게 없다.-_-; 예준이 아빠는 예준이가 책도 좋아한다고 매우 반가워 하셨으나 예준이 엄마는 "친구 책"만 좋아한다고. ㅋㅋ
승빈이 우유 먹으니 그것도 내놓으라고 해서 쪽쪽 빨아 먹는듯 하더니 아니 이녀석 다 쏟아놓고...먹는 척만 하고 별로 먹지는 않았다는 다를게 없는 아가들이었다.  그러다가 행여나 책이라도 승빈이 돌려주자 하면 빽빽대고 떼를 쓰고, 과자는 서로 먹겠다고 빽빽대고 이유를 알 수 없이 빽빽 거리고...예준이 엄마가 첨에 승빈이 떼쓰는 얼굴을 보더니 예준이랑 똑같아 똑같아 했는데 두어시간을 같이 있으면서 보니 이녀석들 최고로 지기 싫어 하는 경쟁은 떼쓰기인 것 같았다.  "이거 뭐야?"라는 엄청난 말도 하는 예준이도 떼쓸 때는 왜 떼를 쓰는지를 말하지 않아서 부모의 궁금함은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달래는데 무척 애를 먹고 결국은 고구마가 나오는 끝날 무렵에야 고구마를 먹으면서 까르르 웃어주는 얄미운 아들.  아......이래서 애들이 점점 크면 더 힘들어진다고 하는 것인가 싶었다.

<제목과는 조금 상관없지만 오늘의 중요한 일 >
그리고 어렵사리 점심을 먹고, 결국은 사고가 터졌다.  탐험을 즐기게 놔두면 떼를 안쓰는 듯 하여 놔둔 떼쟁이 탐험대장 승빈이.  우리가 밥 먹은 곳은 일식집 비슷한 갈비탕집이었는데 - 그러니까 앉아서 다리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되어있는 - 승빈이가 다리 내려놓는 곳으로 대박 굴러떨어진 것이다.  한번 으앙~ 울어주고선 아빠가 데리고 나가니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아니 잠시후에 얼굴을 확인한 엄마는 깜짝 놀랐다. ㅠ.ㅠ  퍼런 멍이 지름 1.5cm...게다가 상처도..찢어지지는 않았으나 눈썹근처로....퉁퉁 혹이 나고 부은. ㅠ.ㅠ  속상해 죽는 줄 알았다.  2시가 되기 전에 병원에 가야 한다고 먹던 자리를 후다닥 정리하고 병원으로 달리고.....지긋한 아저씨 쌤이 있는 부천 소아과(사실은 부천 내과)에서는 빨랑 낫는 약은 없으니 머리가 떨어졌으면 토하거나 하는지 잘 지켜보라고만 하고 돈도 받지 않으셨다.

휴우...정말 다행이었다.  아이의 치유력은 역시 놀라웠다.  몇시간 지나니 멍도 다 가라앉았고 부기도 어느정도 가라앉았고 상처만이 훈장처럼 살짝 남아있는데 일주일이면 이것도 다 낫겠지...그만하길 다행이다 싶고 꽈당 굴러 떨어지는 현장을 목격한 승빈이 아빠 말로는 머리는 안 떨어졌댄다.  그 눈썹께가 세면이 만난 모서리 말고 두면이 만난 다소 둥근 모서리에 찧은거라고 한다.  이녀석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하루종일 잠 깨고 배부르니 마냥 신난댄다.  게다가 점심도 제대로 안 먹은 녀석이 저녁밥상에서 갖은 것을 가리키며 손가락질 하면서 떼를 쓰는 것은 정말 가관이었다.  조기 줘? 입 꾹 다물고 안 받아 먹고...김 줘? 김치 줘? 놀랍게도 그녀석이 계속 가리키던 그것은 오후에 먹다 남겨서 내가 다 마셔버린 빨대꽂힌 빈 우유곽이었다.  그것을 치우고 나서 조용해졌고, 짠맛이 우러나는 신김치와 함께 저녁은 맛있게 많이도 먹었다.  이런식으로 아침 저녁은 그럭저럭 먹고 점심은 잘 안 먹고 이래되 되는 것일까?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생떼쓰기에 가끔은 귀엽기도 한데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무엇때문에 떼를 쓰는지도 당췌 알 수 없고 말이다.   

<그리고 결론>
왕떼보, 떼쟁이 두녀석의 만남은 엄마들한테 "애키우기 정말 힘들죠?"라는 공감을 진하게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애기가 커가면서 더 커질 것 같다.  그리고 애들 데리고 음식점 가서 밥먹기도 한동안은 더 힘들어질 것 같고, 우리는 집에서 차리기보다 차려주는 밥상에 익숙해져 가는데 참 어려운 일이다.  사진도 없는 건조한 글을 끝까지 읽은 분께는 대단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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