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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창고

워킹데드를 정주행하며

by 알센 2020. 1. 13.

언제나처럼 드라마를 매우 열심히 분석한다.  저 캐릭터는 어디서 어떻게 나와서 어떻게 지내다가 어떻게 죽었는지. 

요즘 이 드라마에 완전 꽂혀 자주 복기중인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이 드라마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데는 다른 어떤 드라마보다 뛰어난 듯 하다.  우연히 파리대왕책을 읽으면서 보니, 인간의 본성은 그럼 악인가? 싶기도 하다가도. 

위기의 상황에서 낙관적(이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각종 반대말들, 염세적, 비관적, 부정적 등등을 생각하다 가까스로 생각해냈다는데 오늘도 자괴감)인 사람들이 비관적인 사람들보다 오래 살아 남을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가 이 드라마에서 제대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희망이라는 것이 어떤 큰 것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것이 사치스럽게 모든 것을 누려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일상의 작은 미소,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 그 옆에 있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하더라도 그것이 살아간다는 의미라는 것. 

이 드라마는 좀비 드라마로 알려져있기에 전혀 볼 생각이 없었었다.  친한 미국인 엄마의 최애 드라마임에도, 그저 좀비물이겠거니 했는데, 그 엄마와 드라마의 감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른 한국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보고싶어졌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막 울었다고.  누구도 죽고 누구도 죽는데 그런데 엄청 울었다고.   

전개가 무진장 빠른 시즌1,2를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이걸 소재로 시즌10까지 10년을 끌어갈수 있는 것인가 했는데, 매 에피소드마다 굵직하게 등장하는 한편 또다른 이야기에, 역시 드라마 작가들은 천재야 라는 생각을 또다시 하게된다. 

이 드라마는 좀비 드라마가 아니라 휴먼드라마다.  사람이 혼자가 아닌 사회적 동물임며,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에서 어떤 무리가 더 오래갈 것인지, 희망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하루하루에 감사함과, 그리고 복수가 아닌 용서를 통해서만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음도 다시한번 이야기하고 있다.   너무 극한의 상황에, 희망이 없어보임에, 가끔 살짝 스트레스가 느껴지기도 했는데, 다 잃은 것 같은 그 속에서 다시 희망을 찾아내는 그 부분이 또 엄청 감동적이다.  수십년을 찌질하게 살아오다가 의미있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고, 두려움때문에 나는 물론 내 옆에 엄청나던 사람까지도 위험에 빠지게 하고 희생을 하도록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을 뭐라할 수도 없다.  생각해보면 정말 두려울 것 같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좀비드라마라서 안보는 분들에게 이것은 휴먼드라마입니다...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물론 그레이아나토미와 똑같은 만큼의 피투성이 장기들이 보여지긴 하지만. 

 

 

러브 액츄얼리에 그 소심한 순정남의 변신도 놀랍다.   그사람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첫회인가 둘째회의 이사람은, 너무 올바르고 선한 사람이라서 아내가 짜증을 낼 정도였는데 - 너무 착한 사람 옆에서는 내가 늘 나쁜 사람 같으니까. - 시즌을 넘어가며, 냉혈한으로 변해가는 것도, 그럴수밖에 없는 당위성도.  그리고 그 주변에 여전히 "선함"을 유지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는 것도.  여튼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다.  눈떼기가 아쉬운....그렇지만 게임오브쓰론과는 달리 이도 닦고 세수도 하고 할 수는 있다.   

 

오늘 글쓰기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어떤 글에서, 글 속에서 "것"과 "수"를 뺴라던데......와우!  전혀 불가능하게만 느껴진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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