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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창고

우연한 반가움

by 알센 2019. 9. 26.

학교 끝나고 잠바쥬스 사줄께~ 라는 말에, 동생 데려다주고 집에 놓고 온 교과서들 챙기고 학교로 가는 길 내내 물건도 못챙기고 등등등 잔소리를 퍼 들었음에도 응~ 알았어~ 라고 가벼운 목소리로 발걸음도 가볍게 무겁디 무거운 책가방을 오른쪽 왼쪽 흔들며, 교문으로 달려간다.  뒤에 가는 아이보다 덩치가 작네... 많이 큰 줄 알았는데, 아직도 애기네...등등 오늘도 잡념이 넘친다.  

애들이 학교 있는 시간 내내, 끝나고 잠바쥬스 사줘야지, 그렇게 즐거워하면서 갔는데....혹시나 잊어버릴까봐 계속 되뇌이며, 여느때처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태우러 간다.   잠바쥬스 생각이었는지 다른 날보다 더 빨리 엄마차를 발견하고 반갑게 뛰어오는 아이.... 아, 오늘의 단어는 잠바쥬스인것인가. 

화씨 100도... 아..여름 말 인디안 썸머의 발악이 정점에 다른 한주구나.  바빠서 수영도 할 수 없는 일정을 원망스러워하며, 잠바쥬스에 들어간다.  오늘은 남기지 않고 계속 맛있게 먹게..둘이 하나로 나눠먹자.  라지? 미디엄?  라지를 하나 주세요. 했더니...오늘 따라 컵이 떨어졌다고, 스몰 두개에 나눠 준다고.....딱 원하는 대로 해준다. 지지난주엔 10.99 내고 먹었는데 오늘은 6.99에 스몰 두개가 생겨버렸다.  엄마는 다른 맛 먹고싶으면 먹어봐도 괜찮아 라고 하는 가볍고 통통튀는 말투의 귀여운 큰애. 

타이핑 숙제라더니, 핸드폰으로도 할 수 있다.  와....우리랑은 다른 세대네....라고 감동하며... 라지 두개 나누었더니 조금 덜 꽉찬 스몰 두개가 나왔다고 너스레를 떠는데, 양도 많고 해서 내껄 더 부어서..꽉 차서 새어나오는 넘치는 스몰을 하나 만들어주었다.  

사람이 정말 많다.  문득 잠바쥬스 사장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한테 말해본다.  이 아저씨 돈엄청 벌겠다 오늘.....  집앞에 동네 애들이 레몬에이드 부쓰 만드는 것처럼 근사하게 잘 갈리는 그 믹서..비타맥스였나..그걸 사서 나도 한번 팔아볼까...얼마네 팔면 될까?  그런데 오늘 덜 갈려서 씹히는 망고가 있네...  배부른데도 계속 잘도 들어가네.....숙제하는 아이옆에서 내 머릿속은 잠시도 비워질 새가 없다.  끊임없이 스쳐가는 생각을.  

의미없지만, 학교 끝나고 한가하게 잠바쥬스 먹으러 오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살짝 관찰해본다.  피부색은 어떤지도 슬쩍 살펴보고, 머리색은 어떤지도 슬쩍 살펴보고.....  나랑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더 많이 온다고 막 결론지으려는 찰나에, 

나랑 같은 머리색과 피부색을 가진 한동안 못만난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작년에 친했던 친구.  중학교를 다른 학교로 가게되어 못본지 꽤 되었는데.... 아이가 플레이데이트 시켜달라고 찾지 않는 것이 시간관리상 편하기도 하면서도, 이녀석 의리도 없네 싶었는데...이렇게 애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만나게 되니, 더 반가웠다.  아이들은 엊그제 내일봐 빠이빠이 헤어진 것처럼 금방 핸드폰에 게임들 보면서 어울리고....  길고 바빴던 여름간 쌓인 이야기를 아주 잠시나마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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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간만에 엄청 더운날의 시원한 반가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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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rative 하게 쓰려 최선을 다했음. ㅎ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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