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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창고

미국 중학생 초보 엄마

by 알센 2019. 10. 10.

괜찮은 도시의 미국 초등학생 엄마로서는 만렙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학생 엄마는 완전 다른 게임이었던 것을 몰랐다.  사실, 중학교의 성적표는 대학교 입시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므로 아주 민감을 필요는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과하게 민감하다.  이 성적표가....일단 성실하면 꽤 잘 나올 수 있는 구조인데, 그 성실함이 우리 대학교때보다 훨씬 더 꼼꼼한 성실함을 요구한다.  책임감과 정리정돈 스킬이 만렙찍어야만 가능하다고나 할까.  똑똑한 아이는 시험을 조금 더 잘 볼수는 있지만, 그걸로 다른 항목을 모두 커버할 수는 없다.  시험이 많아야 50-60%이고...나머지는 숙제....수업에 참여하는 태도...수업에 참여하는 태도에는 준비물 잘 챙겨오기, 교과서와 노트 꼬박꼬박 갖고 다니기 등등이 다 포함된다.  그래서..모든 것이 다 성적이다.  물론 지각여부도 포함된다. 

 

내가 과하게 민감하고 스트레스를 더 받는 이유는, 곰곰생각해보니, 내가 저부분이 다 꽝이었었기 때문인듯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습관을 중학교, 대학교,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다 고치지 못했고, 살아가는데, 사회에 공헌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왔다.  초등학교에서는 말도 안되는 수학 교육 때문에 짜증이 났는데, 이제는 말도 안되는....누구나 저렇게 성실하고 꼼꼼해야해? 때문에....짜증이 난다.  내가 못하고, 그걸 닮은 아이가 잘 못하는데, 왠지 내 탓 같고, 그래서 성적이 잘 안나올까봐 더 걱정을 하게 되는 듯 하다. 

 

오늘은 제2외국어 책을 놓고 갔다.  어제 색칠해야 한다고 꺼내놓고 오늘 이거저거 챙기다 빼먹고 갔는데.  갖다주러 갈까 생각했다가 핸드폰도 수업시간중엔 못쓰고, 정해진 교실에 있는게 아니라 오피스에서도 연락하지도 않을텐데.... 지가 전화해서 갖다달라고 하면 흔쾌히 가져다주고 오늘은 그냥 조금 펑크내보자....로 마음을 정했다.   선생님들이나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숙제는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시간에 하는 거라고.  그런 루틴이라고..루틴이 시간뿐 아니라 장소에도 해당해야 한다고.  그런데 나는 그게 너무 어렵다.  정확히 한곳에서 하는 것은 지루해서 못한다.  그래서 아이가 보이는 똑같은 행동들이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그러지 말라고 말한다.  나도 그랬고..지금도 더러 그러면서도.  

 

어른이 되니, 지루함보다 효율성을 찾아서..... 많은 부분에서는 정해진 장소와 시간의 루틴을 만들게 되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는 자유도 높은 정리정돈 삶을 살아가고 있다.  휴..그러고보니 정리할 것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가끔....내가 지금 직업교육을 받는 것이 우선인가 끝장날때까지 정리정돈을 하는 것이 우선인가.... 조금씩 해보아도 어질러대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좀처럼 잡히질 않는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같이 커간다.  여지껏 안하고 살아도 되었던 것들이...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가고 아이를 도우면서 내가 배워가고 발전해가야 하는데...아이한테 버럭하고..짜증내고 스트레스 받고 하고 있다.  때로는..남들이 그건 너무~~ 기본적인 것이고 당연히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할때...나는 안그러고 40년도 잘 살아왔는데.....라는 반항심리가 들어서...더 괴롭다.    체념하자.  어차피 저항한다고 될일이 아니다.  창의력이 제일 중요하다는 21세기지만, 시스템 안에서 잘 살아가려면 어느정도는 타협해야 할 것 같다.  어떤 부분을 타협해야 하고, 어떤 부분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영향 미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유지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찾는 것이 관건인듯 하다.  잘 생각해보자. 

 

 

어제는 밤 11시까지 - 9시에 시작했다. - Memoir를 퇴고?해주었다.  하다보니 아이도 나도 묘하게 재미가 있어서 조금더 뜯어 고치자 뜯어 고치자 해서 11시가 되었지만, 체크리스트를 싸그리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일단 strong word(고급단어)가 거의 없었고, 학교에서 사용하는 문법, 철자 및 내용의 일관성을 체크해주는 소프트웨어가 무료한테는 뭐가 애매한 부분인지 알려주지 않아서 고칠 수 없었다.  수동태의 어색한 사용..이런게 있었는데.....  궁금하다.  어느 포인트인가.  얼마였는지 보고 유료로 사용해볼까.  아이가 지적한 엄마의 문제는, 문법이 엉망이라고 한다.  한국어과 달리, 자연스러운 문장을 적당한 수준의 단어를 써서 어순에 맞게 구사할 수가 없는 것이다.    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요즘 북클럽 책으로 Becomning을 읽고 있고, 아이는 미쉘 오바마의 Memoir와 비교를 당해야했다. ㅋㅋ  오디오북도 들려준 적이 있는데, 비슷하게 읽어보래니 낄낄거리면서 목소리부터 깔아야 한다고..평소와 달리 그럴싸한 톤으로 읽어주었다.  사실.....꽤 괜찮은 경험이었다.  학교가기 전날밤 11시에 그짓을 하고 있었다는 부분만 빼면 말이다.   어설픈 프로그래머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서 프로그램을 만들수는 없지만, 남이 만든 것을 수정해서 사용할수는 있을 것 같은....디버깅은 그래도 할 수 있는....그런 기분 같기도 했는데, 한편.... 전체의 기본구조를 만들어낼 능력이 여기도 저기도 없는 것인가...하는 자괴감도....있긴 했다.  언젠가부터 유행어가 되어버린 자괴감. ㅋ

 

 

그렇다.  아직도 세상 많은 것들에 초보이다.  40년을 살아도 초보고...100년을 살아도 초보일 것이다.  너무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뭐....그래서 삶이 즐거운게 아니겠는가....달인들의 즐거움은 어디에 있으려나..초보들 렙업시키는데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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