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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창고

6학년(중학생)이 된다는 것

by 알센 2019. 9. 9.

8월 중순부터 승빈이는 6학년이 되었고, 이 도시에서는 중학생이 되었다.  K-6, 7-8로 나뉘어서 7-8 학교를 Junior High라 하는 시티들도 있고, 우리동네처럼 K-5, 6-8(Middle)이라 하는 시티들도 있다.  어쨌거나 Middle School이라는 단어와 Junior High를 섞어서 사용하긴 하는데, Junior High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고등학교의 전단계로서, 초등학교와는 크게 달리, 더 "큰 사람"으로 대우를 해준다는 것이다.  

이 큰 사람의 의미에는, 책임이 확! 커지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초등학생은 모든것이 부모의 일이다.  아이와 선생님이 이메일로 필요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메일은 정말 완전한 공식 커뮤니케이션. 

중학생은 학생이 선생님과 필요한 이야기를 이메일로 한다.  요즘 이동네는 구글 클래스룸도 유행이다.  여기는 구글이 옆동네인 곳이라서 크롬북을 주고, 구글 닥으로 모든 것을 만들지만, MS가 있는 시애틀 근처들은 서피스도 나눠주고 MS 오피스도 쓰고 그런다는 듯. 

어쨌거나, 시험을 못봤고, 숙제를 못해가서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방법을 물으려면 학생이 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나름 초등학교때 옆 학교들과 펜팔도 시키고 하지만서도, 행아웃, 유튜브에 익숙한 아이들한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이메일 매너를 가르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보내기 전에 제발 보여주고 보내라고 하는데..... 일단 메일이 한두줄이라 너무 어색하다. 용건만 간단히도 정도가 심하다.  글자한장당 보내는데 돈내야 해서 쓴 메일 같다고나 할까. 

 

길어지는 본론에 앞서, 여기는 시티/교육청/선생님마다의 재량권이 엄청나니.... 공통인 것도 있고, 미국의 다른 동네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뭔가...비슷하긴 할 것이다. 

 

매일 시간표가 똑같다. 

처음 봤을때는 당황스러웠지만, 너무 편한 것 같다.  기억하기도 쉽고.  밴드를 하느라 아침 7시 30분에 시작하는 A교시를 듣는다.  A-8교시까지 있는데 그 중에 한시간은 점심시간이 표함되어 있다.  그럼... 7교시 정도의 수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1교시가.... 몇분이었더라...  40분 전후였었는데.  그럼 매일의 시간표는, 언어 2교시, 역사 1교시, 수학 1, 과학 1, 체육1, 선택 1(6학년은 다양한 것들을 6주인가 8주씩 돌아가면서 해본다.  7,8학년때 무엇을 선택할지 돕기 위해서)로 되어 있다.  한 번만 보면 다 외울 수 있는 시간표는 참 편리한 것 같다.  어릴때, 교과서들을 바꿔넣기가 너무 귀찮아서 가정책은 항상 놓고 다녀서 나중에 잘 펴지지도 않던 기억이 있던 나로서는, 매일 같은 준비물이라는거...이거하나는 아주 맘에 든다.  배울거 다 배우고, 역사도 매일 배우고, 과학도 체육도 매일 배우다니.  우리의 중학교때는 뭐가 더 있었을까..... 아, 도덕(국민윤리인가), 한문, 음악, 미술, 가정/가사, 사회가 더 있는 과목이었구나.  그러고 보니 학급회의 시간과 특활은 없다.  방과후에 특활 비슷한 클럽 활동이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뭐든 좋아하는 아들도 아직까지는 아무 클럽에도 속하지 못한 상태.   아, 그리고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  교실이동/화장실(은 거의 가기 힘든 짧은)용으로 4분이 주어지는데, 우리는 선생님들이 바꿔서 들어오고 우린 움직이지 않음에도 10분씩 꼬박꼬박 놀아줬었는데, 그 점은 좀 아쉽다.  사고칠까봐 쉬는시간이 없다고 한다.  점심시간은 33분.  그래서 친구들과 수다떨고 놀 시간은 점심시간과 학교끝나고 엄마 기다리는 10분이 다다.  그래도 엄청 떠들고 논다.  

 

담임선생님도 없고 과목마다 선생님이 다르다.

보통 언어/역사 선생님은 같아서 3교시를 같은 선생님한테 연속으로 들어야 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다소 지루할 것 같다.  우리아이는 운좋게 역사는 오전, 국어는 오후에 있다.  담임 선생님도 반도 없는데, 하루의 3교시를 같이 보내는 블럭 티쳐라 불리는 언어/역사 선생님이 보통 담임 선생님 비슷한 역할이라고 한다.   아, 우리도 과목마다 선생님이 다른게 중학교의 가장 큰 변화였었는데...그때는 숙제는 거의 없었던것 같은데 얘들은 숙제가 참 많다.  그게 양이 많지는 않고 그냥 과목마다 있다고나할까......  근데 다른 친구들 말로는 우리도 숙제가 있었다는데.....  나는 방학숙제만 기억이 나고 다른 숙제는 기억은 없다.  이 날마다 과목마다 숙제들이 날마다 친절하게도 학적부 같은 시스템에 차곡히 기록이 되니, 신경이 쓰이고 있다.  주식투자도 아닌데 관심끄고 학기에 한번씩 봐야 하는 것일까? - 엄마로서?   근데... 다른걸 못하면 어떻게든 따라잡을 방법을 연구해야 하므로, 계속 봐주라는게 지침이다.  아...이런 PMO스러운 꼼꼼함이 요구된다는 게 피곤하다.  좋은 습관을 일찍 잡아주는 것이라고 사람들이 말하긴 하던데.. 

 

책가방이 완전 무겁다.

전과목 책이라 치고... - 역사책은 무거우니 집에 한권 더 두라고 줬고, 수학책은 찢어서 바인더에 꽂으면 되어서 2단원만 가지고 다니지만 바인더 자체가 무겁다. - 도시락(줄이 길다고 갑자기 국/반찬을 포함한 풀 한정식을 싸들고 다닌다.  아침마다 힘들어 죽겠다. ), 물통, 그리고...문제의 크롬북...충전기까지 꼭 들고다니래서...다 넣으면 가방이 간신히 잠긴다.    크롬북을 매일 충전해야 하는 것 또한 숙제인데, 그러다 세번 집에 두고오면 근신(detention)이래서.... 최근 줏어들은 가방째 충전하기 신공을 시전중이다. 

이 학교만 그런지 다 그런지....락커가 없다.  체육복을 넣어놓는 락커, 악기를 넣어놓는 락커만 있다는 듯.  그러거나 말거나 무겁디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교실간을 뛰어다녀야 한다.  정말 불쌍하다. 키 안클까봐 걱정이다.  더러는 바퀴가 달린 가방을 끌고 다니기도 하는데, 그것도 6학년 잠시고 쿨하지 않다고 아이들은 싫어한다고 한다.  폼생폼사.....질풍노도의 시기들.     그리고 정작 당사자는 무겁다고 투덜거리지도 않고 그 무거운 가방을 둘러메고 - 우리때와는 달리 모두 양쪽으로 야무지게 메고는 다닌다.  그때는 들은 것도 없어서 한쪽으로만 메고 다녀야 폼이 살았었는데...  - 친구만 보면 광속으로 달려간다.  와우!

 

약 한달이 되어가니, 그래도 안정이 되어가는 것 같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 양은 몰라도 개수가 많기 때문에 껀껀이 맘을 다시 잡아줘야 해서 워밍업, 정리 타임이 너무 길다 - 책을 거의 안 읽고 있는게, 늘 내마음 한켠의 불안감.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지도 않고 뉴스를 보는 것도 아니라, 사람들이 그러는데....어휘가 갈수록 딸린다는데.....푸후...한숨이 늘어간다.    그래도 개수 많은 숙제 빵구 안내고 지난 한달간 열심히 잘해줘서 고맙다고 좋아하는 라멘도 사줬다는.  

 

초등학생까지는 늘 부모가 챙겨주고 같이 해줘야 하는 걸로 인식이 되는 곳이라 - 한국의 혼자 버스도 타고 다니고, 물건도 살수 있고, 학원도 다니는 야무진 초등학생들과는 완전 다름 - 중학생으로의 변신은 엄청 큰 계단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고등학생 엄마들 말로는........... 중학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더 길고 긴 글이 될줄 알았는데, 벌써 익숙해지기 시작했는지, 이제 잘 생각도 안난다.  주말의 마무리를 잘 하고, 내일도 새벽부터 도시락은 뭐 쌀까, 아침은 뭐 먹을까 고민하며.....  글쓰기 6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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