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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빈이 창고

숫자 쓰기 싫고 동물이랑 물고기가 좋아

by 알센 2010. 9. 1.
지난 일요일. 
전날 새벽 2시까지 자이언트를 본 바람에 늦잠이 고팠던 엄마 아빠 맘을 아는지 9시 반까지 푹 자주신 이쁜 아들.

뭐하고 싶냐니까 교회보다 아쿠아리움을 가고 싶단다.
아침부터 밥을 두어숟가락 먹고 소파에 가서 앉아있기 시작한다.
밥먹이는데한시간도 넘게 걸렸다.
교회는 다음기회로 미루었다.

아쿠아리움에 가서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아쿠아리움을 걸고 숫자쓰기 놀이책을 펼쳤다.
쓰기놀이 하기로 하면서 지난주말 새로 사준 돌돌색연필은 이미 두세개가 망가져있었다.

숫자는 절대 안쓰고 그림그리기만 하고 스티커만 붙이겠다고 한다.
숫자 쓰라면 "일~!"을 외치고 1자만 쓰고
연필 쥐어주면 지렁이하고 애벌레만 그리겠다고 한다. - 그래도 물고기나 거북이를 그렸더라면 덜짱냈을거라고 변명해본다. 
1, 지렁이, 애벌레.......커서 건축가가 되려 그러니 맨날 선그리기만 하려고 그러는것이냐.

3자 안쓰면 아쿠아리움 안데려간다고 아무리 해도
죽어도 안쓰겠단다.
엉엉 울어서 아빠가 침대에 벌렁 누워서 달래주셨다.
숫자쓰기는 싫고 뭐가 좋냐고 하니 동물이 좋다고 한다.
또 뭐가 좋냐니까 물고기가 좋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맨날 물고기만 좋아하니 아쿠아리움 안가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런저런 실갱이 끝에 이마트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동난 조기를 리필하려고  가니 입벌린애가 맛있겠다면서 별 참견을 다 한다.
조개도 사야한다고 해서 조개도 샀다.
승빈이가 좋아하는 새우도 샀다.

정말 승빈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아빠가 요리해준..
바지락국과 대하구이.........
다~ 먹겠다고 하더니..영..안먹는다.
- 그리고 월요일 화요일 내내 밥을 잘 안먹는다. -
심지어 월요일에는 승빈이 좋아한다고 소문나서 멀리서 공수해온 꽃게도 안먹는다.
입에 대보기는 하는데 싫다고 한다.
조기밥 먹을래? 물어도...대답이 없다.

괜히 일요일에 애랑 싸우고 물고기가 싫다고 엄마가 그래서
애가 갑자기좋아하던 바다생물들을 안먹는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미안했다.
다행히 오늘아침엔 조기밥을 먹겠다고 해서 - 먹었나는 모르겠고.......좀 나아지긴 했는데

내가 왜이러나...싶었다.
글자 좀 늦게 읽고 숫자 좀 천천히 알면 어떠나....
물고기도 좋아하고 동물도 좋아하고 눈뜨면 오늘은 무슨 장난을 칠까 장난끼 가득한 눈으로
"엄마~" 하고 웃으며 달려오는 이렇게 이쁜 아이한테...괜한짓을 했다 싶다.

나름, 일요일에는 월요일에 병원갈일로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라 그랬다고 변명해본다.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은 좋은 아내가 되는 길이나 좋은 학생이나 좋은 회사원이 되는 길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다.
아이에게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언제쯤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혹은 많은 일들을 즐겁게 받아들일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
딴건 몰라도 나를 돌아보면 즐겁게 하던 일도 누가 하라고 하면 하기 싫었던 것 같긴 하다.

아..정말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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