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창고/내 책꽂이

많은 생각들에 즐거웠던 책에 미친 가족 이야기

by 알센 2010. 4. 14.
서재 결혼 시키기서재 결혼 시키기 - 10점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지호

1시가 다 되어서야 들어온 남편이 무슨 책 읽고 있었냐고 물었다.  "어. 책 좋아하는 부부 이야기"...  그랬더니 "그책 나도 좀 줘봐. 나도 책 좋아하게"라고 말한다.  늦게 들어와서 심기가 불편한 마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한 말인지 진심인지는 잘 모르겠다. ^^ 

책소개에도 나오듯이 이 책은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부부의 이야기고 그들의 부모들, 그리고 자식들 및 지인들이 등장하는 책을 좋아하는 주변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에 얽힌.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생긴 일들.  서재 결혼시키기는 제일 처음에 나오는 편일뿐이다.  그게 전체 이야기는 아니다. ^^  원제는 Ex Libris인가 였다고 하는데...제목이 어려워서 그냥 젤 앞에 있는 단편의 제목을 갖다 붙였나보다.  - 그리고 알라딘에서 스테디셀러 대박세일로 판매중이다. 

읽으면서 몇몇 부부들이 떠올랐다.  

1. 우리 부부는.....나는 책을 약간 좋아하는 편이고 남편은 회사일과 관련된 책이나 아니면 웹페이지에서 검색해서 나오는 내용을 더 좋아할뿐..만화책을 제외하고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만화책이라도 좋아하는게 어디야? 라고 생각하긴 한다. 

2. 남궁과 나수네 부부... 연락을 워낙에 뜸하게 하고 살아서 요새 주로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만, 남궁은 잘 모르겠고 나수는 어릴때부터 전형적인 문학소녀이자..국문과를 가려고 했던..그리고 아빠도 얼마전에 책을 내셨다고 하니 어쩌면 작가네랑 다소 비슷한..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작가와는 달리 엽기적이지 않을 것 같고...뭐 그냥 이 책 읽다가 문득 떠올랐다. 

3. 산토쿠님네 부부...  와이프님과 참 다양한 이야기들을 토론하고 살며, 그래서 딴사람의 의견이 필요할때는 팀사람들한테 서슴치 않고 우리 와이프를 위한 설문이라고 설문을 돌리는 그분.. 바쁜 시간에도 책도 많이 읽고 자녀 교육에도 관심이 많고 두돌 이전에는 티비는 보여주지 않는거라고 하시는 그분. 그 집이라면 왠지 저런 서재 결혼시키기 장면이 연출될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게다가 거기서 작가가 남편한테..내가 이래? 하고 묻는 것들..이런게 특히 떠오르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4. 쿠리님네 부부...  모델하우스처럼 집을 해놓고 사시는 - 우리 남편 표현이다. - 쿠리님네 부부.  주말에는 아빠와 딸이 널부러져 책과 아이팟을 가지고 노는 집.  옛날 책들을 다시 꺼내고 정리하고 하길 즐기시는 쿠리님. 그안에서 발견하는 책사이 끼워진 것들..써진 말들..등등.... 서재 결혼시키기라는 과정을 이미 거쳤을지도 모르겠다.  

5. 한결이네.. 사촌오빠네 집이다.  어릴때부터 문학소녀였다는 올케언니는 딱 저 책을 썼을 것 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아이들 키우느라 너무 바빠서인지...어느날 운영하던 블로그를 닫아버렸다. 흑..매우 아쉽다. 그 블로그에 책장을 새로 샀는데 책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그리고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책과의 육체적 사랑을 원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 뭐 좀더 순수하고 어쩌고 ......표현이 있었는데..어쨌든 -이 있는데..나는 후자에 속했다.  왠지 작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후자가 좀 별로스러워보이는데..난 책에 낙서하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한다.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들을 적어놓을수도 있을텐데..그런건 블로그 서평에나 적고...그 책을 다시 폈을 때 낙서가 있으면 읽기 싫다. -_-;  물론..헌정사?라 말하는 "누구누구에게...무슨 마음을 담아서" 이런게 써있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습관이...이미 30년이 되어왔는데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읽든 안읽든 도서관에서 대여하기 보다는 책 사는것을 더 좋아하고..어느날 보니 책장이 꽉차서 - 책장이 매우 적다 - 한박스를 헌책방에 3만원에 넘겨버렸는데..지금 생각해보니 그 중에 무소유가 있었는지 아니면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할 때 있었는지 새삼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좀 허잡한 책들도 많았는데 이를테면 옥탑방 고양이 같은 것들..그것도 다 처분해버렸는데..이 책을 읽다보니 그 모든 것들이 새삼 아까워졌다.  열여섯살이나 열네살..혹은 그보다 더 어릴적에 무슨 책을 읽으면서 그때 기분이 어땠다는 것은 일기로 남겨져있는 것일까? 어떻게 그렇게 잘 기억하는 것일까??? 작가를 하려면 기억력이 남달라야하는 것인가? 

이 책은 위의 문장들처럼 문장들이 꽤 길게 써있다.  끝부분에 보면 핑계아닌 핑계 같은...컴퓨터로 쓰면서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꽤 길지만, 글빨 좋은 블로그를 읽는 기분이 든다.  역시 컴퓨터로 쓰면 비슷해지나보다.  앞뒤도 잘 맞고....재미있다.

어릴때 취미는 절대 독서라 할수 없었다.  왠지 취미가 없어서 독서라고 쓰는 것 같았으니까..그럼 다른 뾰족한 취미가 있냐하면 그것도 뭐..음악감상? 이나 영화감상.....그거나 그거나....였던 것 같다. 뭐그런 이유로 독서는 매우 정적이고 가끔은 사회생활 부적응자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샌님들이나 하는 것 같다는 편견이 생기기도 한 것 같고....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끌리는 책 좋아하는 남자가 있엇던 적이 없다.  어젯밤에 한 얘기대로 남편이 이 책을 보고, 자기도 서재를 하나 갖고 싶어하고 맘에 드는 책을 소장하고 싶어하고..아이에게도 토이스토리나 카 보다는 책을 읽어주는 아빠로 변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은 바램이 든다.  나이를 먹으니..점점 정적인 생활이 좋아지는 것인지......- 음..여전히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도 엄청나게 좋아하지만 - 이제는 취미란에 "독서"라고 쓰고 싶어진다.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며 휘리릭 읽어내린 책인데 읽으면서 머리속에는 가지가지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간 것 같다. ^^

 

 

http://arsene77.tistory.com2010-04-14T02:39:44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