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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창고

왕십리 최가를 아시나요?

by 알센 2009. 1. 17.
어제 문화센터에서 돌아오는 셔틀에서 수영을 마치고 같이 난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하나 있었다고 한다.
우리집 꼬맹이를 보고 너무 귀여워 하면서 한번 보듬어보면 안되겠냐고 해서 엄마가  "힘들어서 안돼, 떨어뜨리면 애기 다치거든.."  하셨단다.

매우 아쉬어하는 아이를 보고 이름표를 보니 '최OO'라고 적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어디 최가야?"라고 물으셨단다. (우리 엄마도 최씨이다.  나는 여전히 서씨라고 하는데 예의가 바르신 엄마는 본인의 성을 말할 때에는 "씨" 대신에 "가"를 쓴다.)

"어디 최가요? 왕십리 최가요"
셔틀 버스 안은 아줌마들의 웃음이 넘쳐흘렀고
"아니 그거 말고 본이 어디냐고.." 라고 엄마가 다시 물어봤더니
"아, 그럼 벽산 최가인가?"
해서 아줌마들은 박장대소를 하시고
"왜 벽산 최가인데?"
"벽산 아파트 살거든요."

그래서
"본관은 그게 아니고 옛날에 조상들이 어디에서 사셨냐는 거야"라고 나름 적당히 쉽게 설명을 하셨단다.

그랬더니 그 귀여운 꼬마녀석
"이상하다.. 왕십리 최가 맞는데...." 라고 갸우뚱 갸우뚱 해서 어른들을 즐겁게 해주셨다는~


혈연 지연 학연에 연연하는 것이 안 좋다고 한편에서 말하고 또 한편에서는 같은 성을 보면 반가워하면서 본관을 묻는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고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문화에는 학연 지연 혈연이 얽히는게 더 잘 맞는거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요즘 아이들도 본관을 다 알고있고 배우고 있을까?  지연과 혈연을 넘어서서 본관에 다른 의미가 있어서 학교에서 굳이 가르쳤던 것일까?

그냥 잠시 이런 부분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해보고 나서
엄마한테 즐거움을 주고 또 우리한테 그 즐거움을 준 왕십리 벽산 아파트에 최군~!  고마워~! 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릴 때쯤 아이는 "다음주에 또 타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귀여운 녀석.  울엄마님한테 산수 과외라도 받을 생각이 있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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