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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창고

5호선 지하철 안에서

by 알센 2008. 12. 11.
어젯밤 5호선을 군자역에서 타고 양평역까지 서울을 가로질러 퇴근하는 나를 데리러 온 동생과 함께 수제비 먹고 커피를 들고 다시 양평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타고보니 책을 봐야 하는데 커피잔이 걸그친다.  그래서 이걸 어쩌나 고민고민 하다가 가방속에 화장지로 대충 구멍을 막아서 가방속에 넣었다. 
그리고 나서 책을 쪼꼼 보는데 더웠다. 
그래서 동생과 나는 짐을 서로 들어주며 코트를 벗어서 안고 앉았다. 
그랬더니 동생이 쪽팔린다며 저쪽에 빈자리 가서 앉으라고... - 옆에 있는 여자의 시선이 "머 이런것들이 다있어?" 그러는거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둘이 별로 안 떠들었다는 것이다.

옆자리에 아저씨가 술냄새가 엄청 났다.  코로 숨을 쉬기가 어려울 만큼.
그래서 입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 @o@ 이런 멍청한 표정으로 -_-;;;

광화문에서 6명의 까만 반코트, 바바리 코트, 롱코트를 입은 아줌마들이 꽃다발과 홍삼원을 바리바리 들고 타셨다.  아줌마스러운 큼직한 핸드백화 꽃다발과 그리고 홍삼원(큰거)이 든 쇼핑백까지. 짐들을 내려놓고 지대루 이야기 꽃들을 피우셨다.  정말정말 귀가 아팠다.  물론 책은 읽을 수도 없었다.  6명의 아줌마들한테 완전 포위된 것이었다.  "니들이 이러고도 거기 앉아서 책보나 보자.."하시는 것 같았다.  한 아줌마의 딸은 토익시험을 봤다고 하고 - 왠지 유학가려고 본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이 취업하려고 본거 같지는 않고. 음 또 어느 학원을 가야 하냐고 하고..또 아파트 앞 붕어빵이 참 맛있더라는 얘기들을 신나게 하셨다. 

술아저씨가 내리고 6명 중에 한분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완벽하게 포위되었다.  자리를 바꿔드릴까 생각하다가 맞은편에 빈자리가 나길래 가서 앉았다.  그런데 그 다음역인 청구역에서 6명의 아줌마들이 우르르 내렸다.  도루 짐을 바리바리 들고 동생의 옆에 가서 앉았다. 그때까지도 그 옆에 아가씨는 계속 앉아 있었다. "얘들 바보 아냐? " 계속 이런 시선.....

동생이 계속 말했다. "언니가 6명의 아줌마들 얘기 쓰기 전에 언니가 블로그 주인공 되는거 아냐?  5호선에서 본 돌아이 자매 이런거. "  ㅋㅋ 거리고 곧 내릴 때가 되어서 내렸다.  사실 두려웠다.  내가 블로그의 주인공이 될까봐. 누가 카메라로 동영상 찍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슥 살펴보기도 했다. 



오늘 아침 출근길, 밀리는 지하철에서 문가에 간신히 기대고 설 수 있었다.  그런데 같은 문의 문의 반대편쪽에 4명의 여고생(여중생일지도 모른다.  요새 애들은 나이가 가늠이 안되어서)이 있었다.  오마이 갓. 아줌마들의 수다는 차라리 관심이라도 갔는데....얘들은 더 하다.  게다가 퇴근길은 그래도 집에 돌아가기 때문에 기분이 좋고 출근길은 별루인데.......완전 시끄럽다.  그러다가 나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는지 한명이 "쉿,"이라고 했지만...한 3초..조용하고 바로 다시 수다 모드.........아~ 진짜 괴로웠다. ㅠ.ㅠ


하고싶은 말 : 지하철에서는 조용조용/도란도란 대화를 하는 문화시민이 됩시다!!  왁자지껄/시끌벅적하게 수다떨지 말자구요~
(사실 6명도 4명도 아닌 옆자리 사람이 자기방에서 전화하듯이 통화하는 것을 들을 때는 더 짱난다.  먼놈의 목소리가 그렇게 크고, 지하철을 전세낸 것인지??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적이 있는 것 같더라는.....나름 남들을 생각해서 사람이 적은 쪽으로 옮겨가서 통화했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