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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2002.11.24 커피가 있는 풍경

by 알센 2008. 10. 1.
경희가 쓴 글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그날 오후에는 윈톤 켈리의 피아노가 흘렀다. 웨이트리스가 하얀 커피잔을 내 앞에 놓았다. 그 두툼하고 묵직한 잔이 테이블 위에 놓일 때 카탕하고 듣기 좋은 소리가 났다. 마치 수영장 밑바닥으로 떨어진 자그마한 돌멩이처럼, 그 여운은 내 귀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나는 열여섯이었고, 밖은 비였다.

그 곳은 항구를 낀 아담한 소도시,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늘 바다냄새가 풍겼다. 하루에 몇 번인가 유람선이 항구를 돌았고, 나는 수업이 그 배에 올라타 대형 여객선과 도크의 풍경을 질리지도 않고 바라보곤 했다. 설사 그것이 비 내리는 날이라해도, 우리는 비에 흠뻑 젖어 가며 갑판 위에 서 있었다. 항구근처에 카운터 외에는 테이블이 딱 하나밖에 없는 조촐한 커피집이 있어, 천장에 붙어 있는 스피커에서는 재즈가 흘러 나왔다. 눈을 감으면 깜깜한 방에 가두어진 어린아이 같은 기분이 찾아왔다. 거기엔 언제나 친숙한 커피잔의 온기가 있었고, 소녀들의 보드라운 향내가 있었다.

내가 정말로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은, 커피맛 그것보다는 커피가 있는 풍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내 앞에는 저 사춘기 특유의 반짝반짝 빛나는 거울이 있고, 거기에 커피를 마시는 내 자신의 모습이 또렷하게 비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나의 배후로는 네모낳게 도려내진 작은 풍경이 있었다.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의 선율처럼 따듯했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 풍경은 나를 축복했다.

그것은 또한 아담한 소도시에서 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해 가기 위한 은밀한 기념사진이기도 하다. 자, 커피잔을 가볍게 오른손에 쥐고, 턱을 당기고, 자연스럽게 웃어요……. 좋았어, 찰칵.

때로 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안겨다 주는 따스함의 문제, 라고 리차드 브로티간의 작품 어딘가에 씌어 있다. 커피를 다룬 글 중에서, 나는 이 문장이 제일 흡족스럽다.

무라카미하루키의 단편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中


<나의 답글>
음..이건 정말 일리가 있는 말 같아.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많이 그렇게 생각을 하겠지...

먼가를 보면서 커피를 마신다는것은,

때론, 별거 아닌 커피숍의 인테리어들이나
그때 그자리에서 같이 커피마신 사람들의 얼굴, 이야기 내용...
그리고 그날 입었던 옷들과
그날 뿌렸던 향수들에서,...

커피란, 단지 커피 그 자체로는 아닌거 같다.

냠...푸짐하게 라면 한사발 먹고났더니
포도쥬스를 마셔봐도 커피한잔이 또 땡기는구낭..
하늬가 놀러올까 하더니만, 결국 바람을 맞힌거까지는 아니지만,
안오고 - 녀석 과거에 하는 걸로 봐서 안올줄 알았당 -_- -

오늘은 커피한잔에,
반지의 제왕의 장면들을 상상하며 읽어야겠다.
근데 난 반지의 제왕을 졸면서 봐서 @.@ (비됴로)
제대로 생각이 안난다.
스트라이더가 내가 생각하는걔가 맞는지 모르겠다.
초반부분엔 졸고, 그리고 초반부분은 책으로 떼우고
나머지도 중간중간 졸면서봤나봐. - 그땐 존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려니 그러넹...켁..-

역시 제목과 관련된 짧은 글과 딴소리..
특기얌 -_-;
반지의 제왕..옆에서 읽고 빨랑 빌려달라고 닥달하는 사람이 있어서
빨리읽어야겠다.


- 이 글에 대해서는 교수님이 커피 한잔과 반지의 제왕은 치즈케익 한조각과 김치 한조각을 얹어 먹는 느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