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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빈이 창고

승빈이와의 일일데이트

by 알센 2009. 5. 4.
아..힘들다 힘들어. 승빈이를 독차지 하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구나.

늦잠도 자고 싶었지만 8시부터 일어나서 집안 어지럽히기를 시작.
어제저녁에 일부 치운거도 바로 소용이 없고.....
엄마가 원목 장난감들을 상자에 넣어서 장난감정리함 젤 밑바닥에 둔 이유를 새삼 알것 같았다.
꺼내달라고 하더니 온 집안 곳곳에 하나씩 던져놓고..
책은 보고 제자리에 두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계속해서 꺼내놓기만 하고. ㅠ.ㅠ

엄마 아빠가 정리정돈 및 청소를 잘 못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애들은 다 그런것일까.
문화센터에서 "제자리에~~" 배워서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전혀 모르겠다.
젤 잘하는 것은 기저귀 휴지통에 갖다 버리기.

먹이는 것이 전쟁인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던 것이지만 혼자서 3끼를 해 먹이면서 도리도리 입꾹다물기 뱉어주기 집어 던지기를 계속 보노라니 밥 주기 싫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지만 그래도 꾸욱 참고

아침에 우유 먹이기는 포기하고
어제 저녁부터 필꽂힌 햄과 애호박 볶음을 오늘 아침에 신선하게 다시 만들어 드렸다.
다행이 잘 먹어줬다.

그리고 나서계속해서 집을 왔다갔따 하면서 어질르기.....영어책을 읽어주고 싶었지만 보드북이 좋은 것인지 한글책이 좋은 것인지 계속 거부해서 그냥 한글책만 몇권 읽어주고
간신히 어제밤부터 쌓인 설거지를 찡찡거리는데 어거지로 업고 하고
재우려고 했으나 내가 먼저 잠이 들고 결국 승빈이도 잠이 들었다.

낮잠 자는 동안 한가득 어질러 놓은 것을 몇개 주섬주섬 치우고
계란말이를 또 작게 썰어주면 먹을까 해서 계란풀고 있는데 깨서 울먹이며 나왔다.

역시나 계란말이는 거부해서 아침에 볶은 햄과 애호박을 재탕하고 그냥은 잘 안먹어서
맛있는 그림책을 열번쯤 읽어주면서 맛있게 먹으라고 했다.

유모차에 승빈이를 태우고 가까이 있는 홈플러스 가기.
차는 너무 좋은 자리에 주차를 해서 빼기 싫길래 운동삼아 걸어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그러나...청계천변으로 내려가는 경사는 있었는데 올라오는 경사가 없어서
계단 끝에 승빈이를 세워놓고 "엄마~ 엄마" 행여나 놓고갈까봐 계속 부르는데 - 울지는 않더라 -
유모차부터 올려 놓고 다시 승빈이를 끌고 올라왔다.

계단 올라오는게 힘들었는지 열도 좀 나고
바깥 날씨는 매우 화창하지만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서 아이의 옷이 이정도면 적당한지 어떤지 알수도 없고
잠바를 입혔다 벗겼다 그냥 대충 덮어주었다.

시식코너에서 버섯과 두부를 호호 불면서 잘 받아 먹길래 바로 사주셨다.
숙지니 애가 보고 있던 책이랑 바퀴달린 이솝실린 자동차 책 두권을 사주고 - 보고 사는 맛이 있네.  마일리지 적립은 없지만 할인은 좀 되긴 했다. -
전주집에서 잘 먹길래 베지밀도 사고 지나가다 손가락질하면서 사달래길래 바나나도 사고
어제 햄이랑 볶을라고 보니 없길래 양파도 사고 했더니 유모차 가득이다. 
결정적으로 플레인 요거트 사러 갔었는데 그건 안사고 왔다. -_-;
계산하는 동안 잠시 한눈판사이 요구르트로 전신마사지를 하고 계신 그분. ㅠ.ㅠ
가까운데 잠시 나간다고 옷도 안들고 나갔는데...
대충 손수건을 낑겨 넣고 열이 나는듯하여 소아과에 들렀더니
그새 괜찮아져 있어서 그냥 왓다.  계단 올라오는 게 힘들었나보다.

요구르트 향기를 청계천에 날리며 돌아와서 옷갈아입고 피곤하다고 누워있었더니
손가락 빨면서 옆에 눕는폼이 아무래도 저녁 안먹고 잘거 같아서 다시 일어나서 저녁 준비...
쌀씻고 밥좀 앉힐라고 해도 찬장에 있는 그릇들을 블럭 꺼내듯이 꺼내고 있어서 저쪽으로 갖다 놓으면
이번엔책을 들고 다리 밑에 앉아서 읽어달라고 하고 있고
그사이 바나나를 통째륻 들고와서 까달래고....뭐 엄마 엄마 부르는것 참 좋은데...
대체로 심부름 시킬라고 그런다. -_-;

두부를 딱 마트 시식코너처럼 짤라서 계란입혀 부쳤다.  버섯은 귀찮아서 내일 해먹을라고패스.
근데 그분...역시 집에서 먹는 두부는..특히 계란까지 입히 두부는 싫댄다.ㅠ.ㅠ
그래서 아침도 먹고 점심도 먹은 햄/호박 볶음을 미끄럼틀 위로 공수했다.
와중에 농구골대에 공 넣는다고 공도 주워오라고 시킨다.
아주 애타게 부른다.  거절할수가 없다.

힘들게 양치를 하고 - 양치질을 위해서 오늘 호비 카시트와 양치 편도 특별히 보여주었건만 별 효과가 없이 여전히 어렵다. ㅠ.ㅠ  중요한 건....이녀석은 호비한테 별 매력을 못느낀다는 것이다.
잠시 티비켜주고 세수하러 갔더니 엄마 찾아 삼만리가 따로 없는 것처럼 서럽게 울고 있고
거실 불을 끄고 하루를 마무리하려 안방으로 들어갔는데
계속해서 토끼와 자라만 읽어달라고 한다.
오늘 맛있는 그림책하고 토끼와 자라만 무지 읽어줬다.  토끼 흉내내랴 자라 흉내내랴 아주 바쁘다.
게다가 최근에는 문어에 필이 꽂혀 문어만 나오면 내손을 가져가서 거길 자꾸 가리킨다.

우유 먹을래? 물었더니 문열고 손잡아끌고 냉장고로 데려간다.
우유 따라주니 어른 한모금 정도 마시고 우유 분수.. -_-;
엉덩이 몇대 때려주고 방에 데려와서 불꺼버렸는데 미안한지 울지도 않고 바로 손가락 빨고 눕는다.

그리고 역시 내가 먼저 잠이 들었다.


아..긴 하루다.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 순간들은 몇번이었고 장난치고 까르르 웃는 모습에 행복했던 순간들도 몇번이었는지 모르겠다.
우리 엄마는...소윤이 엄마는 매일 이러고 사는 걸까?
아니면 이녀석 엄마와의 일일데이트를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서 오늘따라 유난한걸까?
도대체 집 청소는 언제하고 밥 준비는 언제 하는지 모르겠다.
졸졸졸졸 쫓아다니면서 엄마 엄마 하는데 할머니는 아직 못부르는데 머라고 하면서 쫓아 다닐까?

프로맘들. 정말 존경받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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