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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창고

지하철에서 좋은 일 했다 나름 뿌듯했는데....

by 알센 2009. 2. 11.
어제 아침, 병원을 들렀다가 가느라 출근 시간을 넘기고 왕십리역에서 방화행 5호선을 탔는데 사람이 제법 많았다.  서있는 사람들도 꽤 있었으니까.

어느 역쯤에서였을까. 백발이 성성(이게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는데 흰머리 반 검은 머리 반쯤 ^^)한 할아버지-아무리 젊게 봐줘야 50대 초반? 그렇더라도 승빈이 할아버지지 내 할아버지는 절대로 절대로 안되겠구먼 ^^- 한분이 상자를 들고 올라 타셔서 씩씩하게 상품을 광고하기 시작했다.

좋은 양복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양복 바지에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매고
하수구 청소기에 대해서 광고를 설명을 하셨는데 낚싯줄의 원리를 이용한, 반영구적인...등등등...
홈쇼핑, 마트에서 8천원은 하는건데 3천원이라고.
지하철에서 파는 물건 치고는 꽤 비싸다 싶었다.

쓸모가 있을까? 어디가 물이 잘 안내려갔던가?  처음 이사왔을 때부터 새로 수리한 거실 욕실에 물이 잘 안내려갔었는데 요즘 보니 부부 욕실 세면대도 그런거 같고...  3천원 역시 비싼가?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서 기대서 졸고 있었는데 칸을 빙 한바퀴 도는 동안 많은 아줌마들이 하나도 안산다.  안쓰러워서 주섬주섬 챙겨가는 아저씨를 붙잡아서 하나 주세요 하고 돈을 꺼냈더니 내 옆에 아줌마 맞은 편에 아줌마도 하나 줘보라고들 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아저씨 제 덕분에 요칸에서 9천원 버셨어요~라고 속으로만 외쳤다고나 할까.

아, 그런데.....그런데....느지막히 출근해서 하루를 멍한 정신상태로 보내고 다시 일찍 퇴근하는데...
아 이번에는 좀더 젊고 좀더 말을 잘 못하는 임창정의 형쯤 될 것 같은 아저씨가 타서 똑같은 광고를 하는 거다.  난 오늘 처음 봤는데 남편은 자주 봤었다고 한다.

그런데 2천원이다. -_-;
뭐 돕는셈 치고 산거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살짝 속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그런데....이 연이어지는 그런데는 대체 뭐냐.
남편한테 얘기하니 거실의 새세면대는 마개를 누르면 잠기고 열리는 기능이 있는지라 밑에 고무인지 플라스틱이 달려있어서 원래 물빠지는 구멍이 작아서 늦게 내려가는거라고 -_-;  돌려서 그거 내리면 물 잘만 내려간다고 하고... 그리고 안방 욕실은....

새벽 1시에 얘기하면서 보니 - 대체 체력도 회복이 안된 인간이 이시간까지 안자고 뭐했다냐 - 청소질한다고 쑤셔보면 뭔가 쏠릴듯한.....비위가 약해서 도저히...하고싶지 않더라는 것이다.


.
.
그리고 반 영구적이라고 써있는 앞면과 달리!
뒷면에는 씻을려고 하다 다칠 수 있으니 씻지 말고 사용한 것은 버리라고도 써있고 -_-;
그 안에서 오물이 튈수 있으니 눈 다치지 않게 눈 보호대도 착용하고 사용하라고도 써있고 -_-;;;;;

아........희안한 장식품이 부부욕실 장식장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이거..버려야 하나 한번 써봐야 하나?????


@이것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영화를 본 후 오랫동안 겪고 있는 후유증이다. 
지하철에서 잡상인들 물건 사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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