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승빈이 창고

여자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다...

by 알센 2012. 8. 18.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지도 벌써 일년반.

작년엔 승준이를 본다고 정신이 없어서...올해는 전배하고 중간에 휴가도 다 써버리고...이래저래 일도 바쁘고....

그나마 작년엔 데리러라도 몇번 가서 엄마들 얼굴이라도 알았는데

올해 새로 같은 반이 된 친구들은 엄마들 얼굴도 잘 모른다.

 

어느날 방과후 수업 끝나고 같은 반 다른 아이들은 떡하나씩 다 주면서 울애만 안주시는 잘 모르는 엄마를 보고

미안한 맘이 들었는데.. 그런데...그런데.. -_-;;;;;

울아이가 같은 반인지 몰라서기도 하고 엄마를 본적이 없어서기도 하겠지만.....

누가 뭘 줘도..잘 안먹기 때문이기도 하더라는... ㅠ.ㅠ

 

어쩄거나....할머니가 친구들이랑 놀러가신다고 휴가내고 와서 애들보라고 해서

좋은 기회가 생겼다.

 

마침, 금요일....평소에 카톡이라도 가끔 하던 친구엄마한테 먼저 연락을 했는데..

둘쨰가 감기가 심해서 끝나고 놀지 못할듯하다고.... 다른 엄마들 같이 놀거라고.....

생전 연락한번 없다 하기가 어색하여..고민고민하다가..데리러가기 한시간쯤 전....슬며시 카톡을 날려봤다.

 

어제도 서울숲에서 놀았는데 오늘도 서울숲에서 놀거라고 같이 놀자고 반갑게 말씀해주신다.

 

그래서 계속 같이 놀고 하는 친구들 네명에 승빈이가 꼈다.

아이는 아이다.  잘 못어울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왠걸..지도 이미 서울숲이 앞마당이다.

날도 더운데 어찌나 뛰어다니고 노는지...

좋아하던 여자친구 손꼭잡고 하두 뛰댕겨서..엄마들이 다들 어이없어 하셨다는...

아들은 용감해~~~~ 여자친구 못사귈까봐 걱정 안해도 되겠어~~

 

지난번 놀러간 친구집에 남자 친구들은 엄청 씩씩했는데...

여자친구 두명과 늘 같이 노는 남자친구 두명은 그렇지 않고 얌전하게 씩씩하다....

한아이는 완전 차도남 스타일이고... 반에서 여자친구들 사이에 인기 젤 많던데....

여섯살 아이들도 차도남 스타일을 좋아하는가보다.

 

모래놀이를 위해 휴지통을 뒤져 페트병 찾아주기를 마다하지 않는 엄마들...

그 페트병에 물 담아서 모래에 뿌리고 놀기를 한시간씩 하고 노는 아이들......

그러다 나눠준 스티커 몇쪼가리..옹기종기 모여앉아 아까 그 페트병에 스티커 붙이기로 즐거워하는 아이들.....

너희들은 아직 인생을 제대로 즐길줄 아는구나~~~ 계속 그래야 할텐데~~~

 

바람 솔솔 부는 서울숲에서 차도 없이 아이들끼리 노니..그렇게 좋을수가......

그동안 못해준게 많이 미안했다.

앞으로라도 신경써볼꼐 아들....

 

사정들이 있어서 남자친구들 엄마들은 먼저 가고...여자친구들 엄마들도 짐을 챙겼다.

모처럼의 시간인데....슬며시 아빠들 일찍 오는지 물어보고...

초면에 실례스럽지만...집에가서 밥먹자고 용기를 내서 말해봤다. ^^

다행히 아빠가 집을 너무 깨끗이 청소해주고 내려가셔서.....다른날에 비해 엄청 깨끗한 집이었다.

또 다행히도....두 엄마님들이 그래도 되냐고 아주 흔쾌히는 아니어도 살짝 오케이 해주셔서....

 

아들, 완전 신났다.  계탄 엄마, 계탄 아들의 날.

지가 좋아하는 여자친구...반에서 젤 이쁘고 인기 많은 여자친구...그리고 그친구의 완전 이쁘고 귀여운 한살 어린 여동생까지 여자 세명이 계획없이 집에 놀라왔는데....

여자친구들 장난감이 없어서 재미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왠걸...레고부터 찾는 친구 동생......

승준이 타라고 내놓은 미끄럼틀도 완전 즐거워하고...

승빈이도 여자친구들이니까 엄마 아빠 놀이 해야한다고 나름 잘 어울리는듯 했다.

 

집앞에 맛있는 꽃게찜을 파는 것도 참 다행이었다.

여러모로 감사하는 날.

 

알고보면 다들 좋은 사람이겠지만... 이 유치원 엄마들....유난히 더 좋은 분들인듯하다.

내년까진 대부분 계속 다닐듯한데...초등학교는 어떡하지??? 친구들 따라 이사해야하려나???

 

많지 않은 휴가지만 최대한 반차로......활용해봐야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퇴근해서 상꺼내주고 밥차리는거 도와주고 설겆이 마무리해준 남편 땡큐...

늘 가사와 육아엔 지진아라고 놀렸는데....할거 다 잘하는...훌륭한 남편이라는 게 오히려 진실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