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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하는 문화

by 알센 2015. 2. 13.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오죽했으면..... 내가 산 물건 택배만 받아도 좋고.. 뜻하지 않은 선물은 더더욱 좋고....정말 별거 아닌 작은 것들도 무척 기뻤었는데.... 비교적 선물하기를 즐겨하는 편이던 나도...바쁘다 보니 어느날부터인가 크리스마스와 신년 이메일 조차도 안하게 되어버렸다는..슬픈 현실. 


그런데 미국에 와보니.. 

연말에 연휴 직전에 남편이 카드와 초콜릿 같은 것들을 잔뜩 받아왔다.  매니저로부터는 블루베리 선물 세트. - 포장도 완전 이뻐...장거리에 있는 분인데..택배로 보내셨다.  게다가 카드에 적힌 짤막하지만 정감있는 이야기들. 

그리고 연말에 놀러간 이모댁에서..크리스마스에 가족들이 서로서로 선물과 카드를 주고 받고 함박웃음 짓는 모습에..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그냥 잔뜩 받고만 있었다. 사실 간만에 가는 거니 뭔가 선물을 들고 가고 싶었는데....무엇을 준비해야할지 이것도 너무 흔한거 같고 저것도 너무 가벼운거 같고..... 그런데 잔뜩 받고나서 생각해보니....준비하는 마음 자체가 감사한 거지.... 흔하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아야 하는 것 같은건...그냥 나의 부족한 생각인듯 했다.  


이번엔 발렌타인데이다. 

살짝 부담이 되었는데... 1학년 아이는 숙제에 반에 모든 아이들에게 발렌타인카드를 쓰는게 있다.  한국이었다면 친구들 하나하나에 뭐라도 쓰라고 하겠는데..여긴 뭐 말도 안해봤을 애들도 많고 이름-얼굴만 이제 간신히 매칭하게 되었으니.... 해피 발렌타인이라고만 쓸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초콜렛 달린 카드 같은거 판대서 월마트에 가보니..... 

이건 연례행사인듯. 32장..16장씩.. - 점선으로 자르도록 되어 있어서...저런식으로 4,8의 배수다. - 묶어서 저렴하게도 팔고 있다.  연필이나 스티커, 판박이 같은 것들도 하나씩 포함되어서.... 

그래서 사서 보니 이름만 쓰게 되어있다.  처음엔 쪽지도 하나씩 써서 붙일까 등등 하다가...으아..너무 귀찮은거다.  그래서 그냥 from, to만 적고 스니커즈 펀사이즈를 하나씩 붙여줬는데..... 

갑자기 교실문앞에 피넛프리...인가 머 이런게 적힌걸 본 기억이 나는거다. 

으아....... ㅠ.ㅠ

밤 10시에 초콜릿을 다시 사야 하나..아이는 자고..... 같은 반 엄마한테 물어보니 그냥 보내면 알아서 알러지 있으면 안먹지 않겠냐고....  오래 산 친구한테..작년에 이거 모르고 있다가 데이케어 같은 반 아이들한테 잔뜩 받아오기만 했다면서 올해는 꼭 준비할거라고.... 자기 이름도 못쓰는 둘째를 위해서도 일단 카드에 이름은 다 적어두었다....  같은걸 부쳐 말어..계속 고민중이다.  dairy/gluten에 알러지 있는 아이가 한명 있으니..피넛 있는거 보내도 되겠지? 되겠지..될거야..ㅡ,.ㅡ 

그냥 안전하게 얘는 내일 오전에 마트에 가서 다시 사와야겠다. 


어쨌든.... 누가 미국 사람들을 정이 없다 하였던가...잔정 많고.... 부담스럽지 않게 짤막하지만 정성스런 카드와 작은 선물들을 보면....감사할 뿐이다. 

남편한테도 지난번에 받은 사람들한테 이번에 좀 주라고 했더니 귀찮다고 싫댄다.  어글리 코리안 같으니라궁. - 어글리 코리안 남자. - 그것도 신경쓰인다.  남편이 안하겠다고 하더라도 나라도 챙겼어야 하는게 아닌지.... 


한편으론...잘 모르기도 하고 어쩌고 하니 이번에 좀..간단히 넘어가면 어떠한가..누가 뒤에서 크게 욕을 할거 같지도 않고..아이도 그냥 다른 애들은 이렇게 해왔더라고...하고 넘어갈거 같고.... 아무도 뭐라고 안하는데 혼자 엄청 신경쓰는중이다.  



현지인답게 적응하는 것의 첫번째로는...Thank you와 Sorry를 들었을 때, You're welcome과 That's all right이 0.1초도 망설이지 않고 고민하지 않고 답해질 수 있는게 아닌가 싶은데...

그 두번째로는.... 무슨 특별한 날들마다... 자연스럽게 부담갖지 않고 선물을 준비하는게 아닐까.... 하지만 뭐.... 진짜 안부담스럽고 자연스러운지 물어볼 미국인 친구가 없으니.....  


저 위에 크리스마스 선물 사태에서...  그런 깨달음을 얻었음에도..여전히 선물을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푸우..........발렌타인데이 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