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희1 2002.11.24 커피가 있는 풍경 경희가 쓴 글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그날 오후에는 윈톤 켈리의 피아노가 흘렀다. 웨이트리스가 하얀 커피잔을 내 앞에 놓았다. 그 두툼하고 묵직한 잔이 테이블 위에 놓일 때 카탕하고 듣기 좋은 소리가 났다. 마치 수영장 밑바닥으로 떨어진 자그마한 돌멩이처럼, 그 여운은 내 귀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나는 열여섯이었고, 밖은 비였다. 그 곳은 항구를 낀 아담한 소도시,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늘 바다냄새가 풍겼다. 하루에 몇 번인가 유람선이 항구를 돌았고, 나는 수업이 그 배에 올라타 대형 여객선과 도크의 풍경을 질리지도 않고 바라보곤 했다. 설사 그것이 비 내리는 날이라해도, 우리는 비에 흠뻑 젖어 가며 갑판 위에 서 있었다. 항구근처에 카운터 외에는 테이블이 딱 하나밖에 없는 조촐한 .. 2008. 10. 1. 이전 1 다음